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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와 만남

유엔개발계획(UNDP)에 근무하는 고은경 기획협력관과의 인터뷰


유엔개발계획(UNDP; Unti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me) 한국사무소는 한국에 있는 유엔 기구 중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곳이다. 유엔계발계획은 전 세계 약 160개국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원칙적으로 각 국가에 상주하는 유엔관련 기관(UN Country Team)의 상주대표(Representative Coordinator) 역할도 겸하고 있어서 유엔기구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기관이라고도 할 수 있다.  KOVA 17기로 스리랑카에서 활동했고, 유엔 봉사단(UNV)을 거처 현재 유엔개발계획에서 근무하고 있는 고은경 기획협력관을 만나봤다. 




  중국에서 활동하시다가 들어오신지 얼마 안 되셨고, 또 서울 생활은 처음이시라 한국생활 적응기(?)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새로운 거처도 마련하시고, 최근에서야 집에 인터넷을 깔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오랫동안 해외에서 생활하시다가 새롭게 시작한 서울 생활 어떠신지요? 

  고향이 제주도여서 제주도에서만 생활하다가 외국에서 5년 이상을 생활하다가 서울에서의 생활을 처음으로 하고 있는데, 익숙하지 않아서 어려움이 많다. ^^;;  


  현재 유엔개발계획에서 담당하고 계신 업무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유엔개발계획에서 현재 기획협력관으로 있는데, 제가 하고 있는 업무는 프로젝트 진행부터 홍보, IT관련 업무부터 꽤 다양한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있던 유네스코는 유엔기구로 보면 특별기관이기 때문에 특별한 프로젝트 수행에 중심이 많이 맞춰져 있는데, 유엔개발계획의 경우 유엔기구로 보면 중심 기관이기 때문에 유엔 업무와 관련된 꽤 다양한 업무를 맡게 된다. 그래서 일도 많고 업무의 성격도 다양해진다. 장점이 있다면 유엔의 종합적인 업무를 경험하게 되기 때문에 다른 기관에서 일할 때 편해질 것 같다.


해외봉사활동을 비롯해서 국제기구 근무까지 지속적으로 국제활동을 해오고 계신데요. 언제부터 이러한 국제활동에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요?


  코이카 해외봉사단원이 되기 전에는 이런 세상이 있는지 몰랐다. 제주도에서 교육대학원까지 나왔는데, 처음에는 중등 교원 임용시험을 봐서 고등학교에서 지리 혹은 사회교사가 되는 것이 목표였는데, 스리랑카에 가면서 방향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특히 스리랑카에서 쓰나미(지진해일, seismic sea wave) 사태를 통해서 긴급구호의 현장을 겪으면서 유엔을 비롯한 국제NGO들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들의 활동을 통해서 현장이 변화되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눈으로 확인한 후 활동에 대한 많은 도전을 받아서 바로 스리랑카에 있는 유엔봉사단(이하 UNV; United Nations Volunteer) 사무실로 찾아갔었다. 그때 당시에는 너무 회의적이었다. 만났던 직원의 말로는 당신은 경험이나 전문성도 약해서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알아보던 중 코이카의 지원으로 파견되는 UNV가 생겨서 지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지원과정도 쉽지는 않았다. 전공이 지리였기 때문에 활동 분야로 지원이 가능했던 곳이 베이징에 있는 유네스코 사무실이었다. 훌륭한 경력과 뛰어난 영어실력을 가진 다른 분들이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인정받아서 가능했던 것 같다. 면접 전에 베이징 유네스코 사무실에서 하는 업무나 관련 용어들이 나름 철저하게 준비했고, 다행이 사업도 지리와 연계되는 것도 많았고 슈퍼바이저도 지리 전공이었기 때문에 유리한 점이 많았던 것 같다. ^^;


  현지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다보면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자연재해를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니었지만, 스리랑카에서 경험한 쓰나미도 그랬고, 중국 쓰촨성에서 접한 지진피해도 간접경험이었지만, 정신적 쇼크를 받아서 어려움이 많았다. 스리랑카의 경우 피해 지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모든 시체들을 치운 상태였지만, 현지 긴급구호를 지원하면서 이후에 현장 관련 영상들을 봤는데 활동하면서 맡았던 시체 썩는 냄새와 사람들의 표정과 생생한 이야기들을 통해서 그 피해 상황이 몸으로 전달되면서 일 년 넘게 계속 꿈에 나오는 정신적 쇼크를 경험해야했다.
  베이징에 있을 때도 지진을 경험했는데, 진동이 너무 심해서 순간적으로 지진을 느끼고 바로 살던 아파트에서 뛰어 내려 왔다. 이후 쓰촨 성 지진 현장에서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그 때도 정신적 쇼크로 꿈속에서 계속 지진을 경험해야했다.


많은 학생들이 현재 유엔기구에서 근무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제기구 관련 취업 설명회에는 대단히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유엔기구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과 단원들에게 어떻게 준비해야하는지 조언 좀 부탁드립니다.


  유엔은 거대한 조직이고, 분야도 매우 다양하다. 결국 활동하기를 원하는 분야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의학이나 보건은 WHO가 있고, 교육과 과학은 UNESCO, 어린이 분야라면 UNICEF 등 정말 다양한 분야기 있다. 유엔기구에 일하고 싶다고 꼭 국제관계나 국제정치를 공부할 필요는 없다.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 경우를 보면 제주대학교 사범대학 사회교육학과 내에 있는 ‘지리교육’을 전공했다. 지리학이지만 사회학과 연계된 학문이었기 때문에 유엔 기구에서 활동하는 것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학문은 보는 관점을 제공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공부했던 지리학의 경우 단순히 교사가 아니라 밖에 나가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얼마나 다양한지 알게 되었다. UNV 면접 때도 지리학을 전공했던 사람으로서 북경의 도시 계획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었다. 결론은 전문성을 키우라는 것이다. 혹시 자신의 적성을 모른다면 유엔 홈페이지를 검색하면서 유엔이 필요하고 추구하는 방향성을 살펴본 후 진로를 잡는 것도 좋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영어는 평소에 지속해서 공부를 해야한다. 영어는 해도해도 끝이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유엔에서는 수습기간이 없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바로 문서를 주면서 관련 업무를 진행하라고 전달된다. 그럼 업무 과정이나 방법들도 잘 알아서 자신의 활동을 시작해야하는데, 언어에 문제가 생긴다면 업무 진행 자체가 어려워진다.



KOVA활동이나 운영에 대해서 의견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UN이든 NGO든 국제개발협력활동을 하면서 조심해야하는 것은 현지에 맞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두 잘 살게 도와주는 것인데, 선진적인 경험들을 개도국의 실정에 맞게 나눠주기 위한 노력에 대해서 고민이 많다. 특히 지역학을 공부하다보니 지역문화와 연계된 개발정책에 고민이 많다. 유엔개발계획의 목표도 성공적인 경험을 나눠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KOVA에서 진행하고 있는 다문화 지원사업에 관심이 많다. 베이징 유네스코 사무실에서 근무할 때 비중 있게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에 하나가 ‘가정 폭력 예방’에 관한 프로젝트였다. 전 세계 모든 유엔기관에서 경쟁했던 프로젝트였는데, 우리는 쓰촨 성의 지진 피해를 가정 폭력과 연결시켜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모든 지진 후에는 심리가 불안정해져서 가정 폭력이 증가한다는 데이터(쓰나미 이후 그랬다)를 찾아내서 중국도 그러한 가설 가운데 사업을 진행했던 것이다. -UNV에서 아주 예외적인 경우로 1년간 연장해서 3년 동안 활동할 수 있는 계기도 되었던 프로젝트입니다. ^^ -
  베이징 사무소에 있을 때도 종종 이주노동자 인권보호와 연계되어 한국어 왔었다. 현재 KOVA에서 진행하려고하는 몽골의 이주결혼여성 지원이나 다문화가족 아버지 학교 등은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 특히 문화적 다양성이 부족해서 가정이 깨지는 사례(직접적으로는 남편들의 구타)들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이는 철저히 인식전환을 통해서 극복해야만 하는 우리의 과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