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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세계개척자

경실련 인터뷰

회원인터뷰는 섭외과정부터 쉽지 않았다. 몇 명의 회원에게 전화연결을 시도했었지만, 퇴짜 맞기 일쑤였다. 지친 마음으로 계속해서 섭외를 시도하던 중 한 회원이 그동안의 실패를 단숨에 잊게 해줄 만큼 시원하게 승낙했다. “인터뷰해주신다면 제가 다 감사하죠.” 허무하리만큼 간단하게 나온 응답은 개인적인 궁금증까지 자아냈다. 그래서 더욱 즐거운 마음으로 인터뷰를 청했는지도 모르겠다.
 

Q.먼저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저는 지금 학생신분으로 있고요. 국제관계학을 공부 중입니다. 특히 대외정책에 관심이 많아요. 해외봉사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간단하게 세계의 시민으로서 열심히 살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Q.해외에서 많은 활동을 하셨는데요. 특히 세계시민이라는 생각을 품게 만든 사건이 있나요?
 
사 건이라기보다는 젊은 시절에 많은 준비를 하고 싶었어요. 그 시절에 나의 미래에 대한 것을 고민했고, 글로벌, 글로벌 하는 사회적 흐름에 따라 막연하게 세계를 경험하자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20대에는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경험해 보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해외에 나가보기로 결심한 것의 첫 번째 실천이 해외봉사였어요. 그리고 그에 대한 영향이 컸기 때문에 지금의 이 위치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어학연수나 유학이 아닌 봉사활동을 통해 해외에 대한 경험을 시작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Q.많은 활동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뜻 깊었던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몽골에서의 경험이 기억에 남습니다. 처음 세계를 경험하고 싶어서 계획하는 과정에서는 누구나 그렇겠지만 미국을 염두에 두었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좀 아니다 싶어 국제기아대책기구를 통해서 몽골에 갔었어요.

몽골은 추울 때는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대단히 추운 지역이지요. 한국에서 여성분들이 오면 추워서 고통스러워 눈물을 보이기도 한답니다.(웃음) 젊어서 고생은 사서한다고도 하는데 그곳에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렇지만 현지인들과의 교감을 통해서 배우는 것이 많았어요. 현지인들을 사랑하고 이해하며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죠.

학생들에게도 가능하면 먼저 선진국을 경험하는 것 보다는 개발도상국을 경험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선진국의 삶은 기존에 여러 매체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잖아요. 개발도상국에서의 경험을 통해 삶이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 지를 겪어보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떠한 활동을 함에 있어서 그 대상을 사랑한다는 것이 활동의 지속성을 위해서 정말 중요한데요. 몽골에서 그것을 찾았습니다.


Q.해외에서의 봉사활동이라는 것은 주로 어떠한 방식으로 어떤 일을 하는 건가요?
 
국 제개발협력이라고 하는데요. 현지인들의 삶의 개선에 대한 일을 하게 됩니다. 가령 먹을 것이 부족하면 먹을 것을 주지요. 하지만, 그러한 것에 한계를 느낀 후에는 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죠. 교육도 하고,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농사짓는 법만 알면 살 수 있나요? 그렇게 IT교육 등의 현대사회에서 필요한 교육이나 지원도 하게 되고요. 결국 그들의 삶의 질적 개선을 위해 많은 일들을 한답니다.

 
Q.세계를 살아가는 우리 청년들에게 ‘세계시민’이라는 생각을 고취시키는 방법이 있을까요?
 
제 겐 911테러가 그것을 체감할 수 있던 계기였습니다. GBA(Good Book for All)활동을 하는 동안 배를 탔는데, 배에서 32개국에서 온 사람들과 함께 했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서로간의 문화를 이해하고 배우는 훈련과정이 있었습니다. 이 훈련기간에 911테러가 일어났습니다.

당시 훈련 중이던 미국친구들이 30여명 있었는데, 그곳에서 간접적이나마 미국사람들이 느끼는 911의 충격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친구의 주변인이 사고를 당하는 것과 전혀 무관한 사람이 겪는 것은 와 닿는 느낌이 다르지 않겠습니까. 그때의 경험을 통해 내 주변사람들이 이러한 아픔과 고통을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이 피부로 느꼈어요.
 
또 한 번은 이라크전쟁이 발발했을 때였습니다. 가까운 선배가 그곳에서 인간방패로 활동했었는데요. 전장 한 가운데서 활동하는 선배에 대한 걱정을 남다르게 체감하면서, 우리의 문제들이 공유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자원의 세계화 등 많은 부분에서 우리가 느끼든 그러지 못하든 우리의 삶속에 들어와 있습니다. 저는 이런 경험을 통해 개인적인 책임과 한국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 거죠.

 
Q.결국 실질적인 체감이라는 계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인가요?
 
개인적으로는 단지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체감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성향을 본다면 그러한 체감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이러한 시민참여활동의 사상이나 종교 같은 내적인 계기가 있나요?
 
개 인적으로 종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든 활동의 동기는 종교적 신념으로부터 출발했습니다. 제가 믿는 종교에선 의와 정의를 강조하고, 그것을 지키고 행하라고 합니다. 이러한 신념은 제게 있어서는 진리이고 보편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보편적 공익이라고 하는 것이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습니다.


Q.경실련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나요?
 
제가 기독교에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서경석 목사님에 대한 활동에 관한얘기를 들으면서 접했습니다. 학창시절에는 지방에 있었기 때문에 활동하기는 힘들었지만, 알고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이미지는 좋지 않았어요. 서경석 목사님에 대한 것도 그렇고, 이념싸움 등의 사건에서 경실련의 입장이 그다지 좋게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경실련에 가입하고 활동에 동의한 것은 최근에 경실련이 많이 변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경실련이 정부에 대해 강하게 목소리를 냈던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최근 들어 그런 일을 한 것이 제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어요.

저는 특히 경실련 ODA Watch 프로그램을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ODA Watch의 경우 전문가그룹과 실무자그룹 그리고 학생그룹의 3단계의 소통구조와 활동구조가 이루어 졌다는 부분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사실 보통은 중요한 가치를 운동성 있게 운영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한국의 NGO의 경우 자문 교수 등 엘리트층의 결집은 잘 되어있지만, 학생과 실무자그룹과의 연계성이 부족하기 때문이지요. 경실련도 머리만 컸지 몸통부분이 작습니다.

학생활동을 하면서도 동아리활동도 NGO와 연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다양한 계층이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것을 원합니다. 시민단체도 그런 것을 원하고 있고요. 하지만, 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경실련, 참여연대 등과 같은 대표적인 시민단체들도 머리만 큰 경우가 대부분이죠. 실제 역할이나 활동을 하기에 동력이 약하다고 생각합니다.

주로 엘리트층이 활동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한국의 애드보커시(Advocacy)활동이 다 그렇습니다. 사실 어느 단체나 세미나 등의 활동은 많이 합니다.

하지만, 사실상 현재의 젊은 층에서 그러한 지적욕구가 강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애드보커시활동도 이제 체감의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Q.문제의식을 제기하는 것 이상으로 체감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신가요?
 
고 전적으로 이야기되었던 ‘시민 없는 시민운동’이 아직도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이것이 한국사회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는 점에 공감을 합니다. 실질적으로 젊은 사람들의 주된 관심은 연봉이나 취업에 있지요. 하지만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외침과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시민단체가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또다시 점검해야할 문제이며 이는 회원들이 해야 합니다. “왜 이렇게 하지 않는가!!” 외쳐야 하죠.
 
 
Q.활동을 하면서, 과거 현장에 있을 때에 제도적 측면에 대한 불만이 있었을 텐데, 이제 와서는 이해된다거나 하는 점이 있나요?
 
많 이 있죠. 특히 정책결정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범위의 틀을 스스로 벗어나기가 어렵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정책과 현장과의 격차는 계속 존재해왔습니다. 한국은 현장 활동하는 사람들이 정책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이지요. 구조자체가 엘리트라고 할 수 있는 계층과 분리되어있고, 이 때문에 정책결정자들이 현장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Q.경실련의 국내활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국도 혼란의 시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경실련이 할 수 있는 역량이 있겠지만, 현재 그러한 부분에 대한 한계를 느끼고 있습니다. 최근에 촛불도 들어보고 하면서 정치적 역할의 필요성에 대해 느꼈습니다.


Q.경실련에서 정치적 역할을 하는 부분이 부족하다는 말씀이신가요?
 
당연히 경실련에서는 그러한 활동을 할 수 없죠. 서경석 목사가 비판을 받은 것도 그것 때문 아닙니까. NGO라는 것이 공공성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당연히 그러한 정파성을 가질 수는 없는 거지요.

 
Q.그것이 시민단체의 내제적인 한계라는 건가요?
 
시민단체라는 틀이 가진 제약성이지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겠지요. 다 각자의 역할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인이면 정치인 할 일을 해야 하고 경실련은 소명대로 자신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주변 분들에게 경실련회원으로 가입할 것을 권유한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하시겠어요?
 
실 제로 친구들에게도 많이 이야기를 하는데요. 사람들이 한국사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가서 실질적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묻습니다. 굳이 경실련이 아니더라도 어느 단체를 후원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월급 받는 생활을 잠깐 해본 적이 있었는데, 여러 단체에 회원가입과 후원을 통해 활동할 수 있다는 데에 기쁨을 느꼈었습니다.

 
Q.그렇다면 회비를 낸다는 것이 간접적인 활동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저는 직접적인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동의하지 않으면 그 단체에 돈을 내지 않기 때문이지요. 만약 경실련이 내가 동의하기 어려운 일을 한다면 당장 가입을 탈퇴하고 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맞겠지요.

저도 시민단체 활동을 해본 적이 있는데 사실 마음으로 함께해주고 동의한다는 것이 큰 힘이 됩니다.

 
Q.앞으로 경실련이 나가야할 방향이 어떤 걸까요?
 
보다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활동층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쁘게 참여할 수 있게끔 활동층이 활동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가령 ODA Watch의 경우 전문가집단과 실무가집단 그리고 학생집단 각자할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교류합니다. 경실련에서 이렇게 많은 층이 연결될 수 있도록 경실련이 힘써주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부분은 특히 한국의 학생에게 중요합니다. 활동 없이 책상에서만 하는 공부가 아닌 자발적으로 동기를 찾고 움직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실련이 이러한 활동할 수 있게끔 해주는 역할을 해주었으면 합니다. 학생에게는 동기를 부여해주고 실무가에게는 판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으면 하는 것이 가장 큰 바람입니다.


Q.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을 해주세요.

공공성을 위해 일을 하다보면 일정부분 대표성을 갖게 되고 또 나서게 됩니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긴 하지만 반드시 안티가 생기긴 하는 것 같아요.(웃음) 이러한 과정에서 상처를 받고는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종교적인 신념을 통해서 극복하거나 서로 비슷한 상황과 처한 사람들과 동기를 점검하고 공감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또 주변사람들의 격려가 큰 도움이 됩니다.

무엇을 하는가가 못지않게 치유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단체에서도 이러한 부분이 중요한데 동기부여나 정서적정화작용이 거의 안 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취재 및 편집] 이현욱 대학생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