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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와 만남/국제활동정보

[ODA Watch Letter36호]적정기술과 국제개발협력의 현장

36호 지구촌 ODA Watch는 34호 “한국 환경 ODA의 현주소” 및  35호 “적정기술, 우리의 발전대안인

가?”에 이은 적정기술 연재 시리즈의 마지막 기사입니다.(편집자주)

 

적정기술과 국제개발협력의 현장: 도전과 발전가능성

우리가 원하는 발전은 어떤 것일까? 우리가 화석연료에 의존한 에너지 소비 경로를 밟았다고 해서 그것만이 정해진 길은 아니다. 한국이 자국의 실리를 위해 몽골에 연탄을 지원하는 동안, 다른 곳에서는 온실가스도 배출하지 않으며, 지역 주민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을 지원하고 있었다. 이번 호에서는 적정기술과 국제개발협력이 만나는 지점을 살펴보고, 새로운 도전과 발전 가능성을 살펴본다.

첫번째 현장; 호주 대안기술협회의 동티모르 프로젝트


호주 대안기술협회Alternative Technology Association(ATA)는 지속가능기술과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호주의 환경조직으로, 자연재료를 이용한 건축, 에너지보존, 자연자원의 사용 감축 및 재활용, 적정기술 등을 다루는 단체이다. 이 단체의 국제프로젝트그룹(International Projects Group)은 동남아시아, 태평양 연안의 저소득 지역에서 그들에게 적합한 기술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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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기술협회(ATA)에서는 2006년부터 동티모르의 외곽지역인 Besilau 마을에서 Village Lighting Scheme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역주민의 삶의 질 개선을 목표로 하는 이 사업은, 07년 기준으로 연간 예산이 A$179,000이다. 주요 사업은 태양열 집열판을 이용한 조명 공급이지만, 그 외에도 재난, 응급상황, 선거 등을 위한 태양열 라디오 통신 시설 설치나 지역 병원, 학교 및 유치원의 전력과 조명 공급 등도 같이 진행했다. 프로젝트 기간은 보통 6개월이며, 매년 같은 사업들이 대상을 달리해서 실시되고 있다.

 

주민 참여의 역할

사업을 시작하기 전, 대안기술협회(ATA)에서는 마을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사회, 지리, 경제 정보들을 습득했다. 이를 위해 지도 그리기와 같은 실질적인 주민참여방식이 사용되었고, 실제로 지역주민들이 생각하는 우리 동네의 범위는 어느 정도인지, 마을 사람들의 주요 동선은 어떠한지, 태양열 발전기의 충전소는 어디에 설치하면 좋을지 등의 정보들이 이 과정을 통해 조사되었다.

 


한편 향후 설치될 태양열 발전기의 사용비용 책정을 위한 실태 파악도 이루어졌다. 직업이나 소득별로 차이는 있지만, 이 마을에서는 가구당 매월 1-5달러를 조명비에 지출하고 있었고, 이러한 부담으로 인해 주 2-3회밖에 조명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를 통해 주민들이 충전기를 월 5회 가량 사용한다고 가정하고, 1회당 20센트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하여, 각 가정당 월 1달러를 충전기 사용비로 지불하는 것에 합의를 할 수 있었다.


 

↗ (상) 가정 조명 설치, (하) Covalima Health Clinic의 태양열집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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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기가 아닌 기술의 이전

기존 국제개발협력의 기술 이전 사업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가지고 있었다면, 여기에서만큼은 안심해도 될 것 같다. 대안기술협회(ATA)에서는 직업교육을 통해 기본적인 태양열 설치 및 디자인교육을 실시했고, 재생가능에너지 기술과 지식을 이전하는 동시에 재생가능에너지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교육하는 것에 주력했다. 이런 노력으로 인해 Suai 커뮤니티 센터는 06-07 프로젝트 당시에는 교육을 받고 단순히 참여하는 것에 머물렀지만, 07-08년에는 2개의 프로젝트 설치를 직접 담당할 수 있었다. 또한 지역 주민들이 각 가정의 태양열 설비와 마을 공동의 충전소 관리를 직접 맡을 수 있도록 협의했다. Besilau 커뮤니티 센터에 위치한 충전소를 담당할 관리자 2명과, 전체 7개 지역을 담당할 5명의 커뮤니티 기술 보조원이 선정되었고, 대안기술협회(ATA)는 이들을 대상으로 사후관리를 위한 교육을 집중적으로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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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배터리 충전소에서 지역기술자들을 교육하는 모습 (우) 및 직업교육현장

시사점

환경단체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Besilau 사업은 참여형 발전의 여러 방법들이 도입되었고, 의사결정과정에 주민참여 및 주민의 주체화가 활성화되어 있었다. 마을의 원로들을 통해 지역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를 높이고,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주민이 주체가 되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한 것은 이 프로젝트가 단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성공할 수 있던 계기로 작용했다. 또한 개발도상국에 지속가능기술, 재생가능기술, 적정기술을 촉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환경단체의 프로젝트답게, 마을 주민들에게 필요하고, 그들이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기술을 주민 참여적 방식으로 이전한 협력사업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통합적 관점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일회성 프로젝트(Stand-alone project)가 매년 반복된다는 점, 특정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학교, 병원, 지역센터 등의 에너지 공급 개선에 주력할 뿐 포괄적인 삶의 질이나 빈곤 개선에는 다소 취약하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이는 적정기술 관련 영역에서만 협력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발전 자체에 대한 고민, 삶의 방식을 개선하는 큰 틀에까지 접근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사업이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Village Lighting Scheme에서 교육, 여성, 빈곤퇴치 등이 통합적으로 실행되는 Integrated Village Development Scheme으로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두번째 현장;  한국 에너지정치센터의 대안 찾기

에너지정치센터(에정센터)는 2008년에 발족한 단체로,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착한 에너지’의 확대를 목표로 한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의 피해 사이에 존재하는 불평등 속에서 기후정의(climate justice)1) 를 실현하고, 정의로운 전환2)을 위한 실천활동을 하고 있다.
보다 자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 에너지정치센터의 이진우 정책실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래의 내용은 인터뷰를 기초로 작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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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정치센터는 현재 기후변화에 취약한 국가들이 모여 있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활동을 모색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오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민중들을 위해, 기후변화로부터의 자유와 삶의 질 향상, 에너지 자립을 목표로 한다. 현재 라오스 북서부 싸이냐부리 지역의 반싸멛(싸멛 마을)에 있는 중학교에 자전거 발전기를 지원하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180여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는 이 학교에는 매일 통학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기숙사가 있지만, 물도, 에너지도, 조명시설도 없는 실정이다.  

지속가능한 발전

자전거 발전기와 소형 풍력 발전기를 통해 빛을, 태양열 조리기를 통해 열을 얻음으로써 동남아시아 시골마을에 재생가능에너지원을 지원한다. 그리고 지역주민들이 그 기술을 배워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사회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능케 한다. 라오스 지역 사람들 역시, 단지 원조로 끝나버리는 것이 아닌 진정한 기술이전을 원하고 있다.

또한 공정여행을 통해 기술을 이전하는 방안도 계획 중이다. 공정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그 지역에 직접 자전거 발전기를 설치하고, 전기와 가스를 깔아주는 등의 활동을 한다. 이것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체험이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게 할 뿐만 아니라, 재생가능에너지원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관심을 제고할 수 있다.


주민들의 주인의식 향상

앞으로 간이식 태양열 조리기 사용법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주고 사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그리고 1노조 1마을 운동 같이 한국의 노동조합과 라오스 마을을 연계하는 활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부품을 수리할 수도 있고 노조의 사회적 책임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시사점

동남아시아는 기후변화에 취약한 국가들이 모여 있는 지역이다. 동남아시아의 주민들은 우리나라나 선진국 사람들이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해 해수면 상승과 잦은 태풍, 그리고 삼림 파괴 등의 심각한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따라서 기후변화의 피해를 보고 있는 동남아 개도국에게 재생가능에너지원을 보급하여 국제적 불평등을 해소함으로써,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할 수 있다. 또한 지역사회가 지속적인 발전 가능성과 주민들의 주인의식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의 참여형 발전이 이루어지는데 기여한다. 기후변화는 빈곤의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기후변화 시대에 있어서 기후문제와 개발문제를 엮어서 함께 풀어나가는 자세가 요구된다. 과연 기후변화 시대에 적절한 개발은 무엇인가. 이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질문이다.

국제개발협력의 새로운 도전, 발전가능성

협동조합이나 공정무역을 통해 국제개발협력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듯이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는 기존의 다른 운동부문에서 얻을 수 있다. 지역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차원의 운동들을 개발협력에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마을 만들기와 지역통화운동에서부터 적정기술과 공정무역까지, 우리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지역 수준의 운동들이야말로 우리가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지점일 것이다.

Besilau 사업은 개발단체가 아닌 환경단체에서 진행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분야의 NGO연대를 통해 보다 광의의 개발협력사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존의 개발단체가 수행하던 원조사업만으로는 개도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의 효과성을 이루기는 어렵다. 환경과, 여성, 인권과 같이 삶의 여러 단면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분야와의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 즉 원조에서 개발로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ODA Watch와의 인터뷰에서 에너지정치센터 이진우 정책실장은 국제개발협력단체와 다른 시민사회단체들과의 연대를 촉구했다. 그동안 연대가 부족했던 것은 상호간의 의지 부족일 수도, 혹은 단지 서로 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기회가 없었을 수도 있다. 우리는 각기 다른 단체들의 경험을 공유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하는 것에서부터 대안으로서의 국제개발협력이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 공동작성 : ODA Watch Policy Review Team

- 하재웅, jj755@hanmail.net / ODA Watch NP

- 박효진, hyojin.pak@gmail.com / ODA Watch 청년단원 4기
- 오연주, yeonjoozoz@hotmail.com
/ ODA Watch 청년단원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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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후정의(climate justice)'란 개념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책임과 기후변화의 피해 사이에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선진국들이 많은 이산화탄소를 뿜어낸 피해가 정작 제 3세계 국가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제 3세계에 대한 파괴 양상이 기후변화와 많은 연관이 있으므로, 사회 구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운동을 뜻하기도 한다.

2) ‘정의로운 전환’이란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전환 과정의 부담이 사회적 약자에게 부당하게 전가되어서는 안 되며 정의롭게 배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료 및 그림 출처>
Alternative Technology Association 웹사이트 (http://www.ata.org.au)
ATA 2007 Project Report
ATA Village Lighting Scheme Status Report
에너지 정치센터 홈페이지(http://www.enerpo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