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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봉사

현지 문화와 씨름하는 해외봉사활동

 

신호등을 통해서 경험하는 다문화적 접근

개발도상국에 가도 어디나 신호등은 있다. 그러나 아쉽게 그 신호등은 색의 변화와 상관없이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 일부에서는 이러한 준법 정신을 선진국의 기준인 것처럼 표현하기도 하는데, 미국도 지역이나 상황에 따라서 신호 등이 무시되는 사례들이 있는 걸 보면 꼭 그렇지는 않은 듯 -

몇 년간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경험했던 일이다.
도시에는 어디나 넓은 도로들과 함께 신호 등이 있지만, 당시에는 올림픽 전이여서 그런지(?) 신호등의 색깔변화에 따라 사람들이 반응이 큰 차이가 없었다.

초기 북경에서 현지 적응훈련을 받을 당시에는 한국에서의 습관 때문에 신호등을 지키며 거리에 다녔지만, 점차 중국에서는 신호등이 지켜지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순간순간 갈등하다가 어느 날부터는 나 역시 신호등의 색깔변화에 둔감해져갔다. 아무래도 신호등을 지키는 것보다는 안지키는 것이 편해서 그랬을 것이다.

활동지역에 도착해서도 그냥 편한데로 신호등을 안지키며 살다가 개인적인 정체성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난 그래도 현지에 공적개발원조(ODA)사업의 하나로 파견된 한국해외봉사단원이고, 현지의 발전을 위해서 노력하기 위해서 온 사람으로서 나의 행동과 활동을 점검하게 된 것이다.

언어도 익숙하지 않고, 현지인들에게 난 역시 다가서기 쉽지 않은 외국사람이다. (물론 중국에서는 상대적은 약하지만) 그리고 난 2년 후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야하는 봉사자의 신분인 것이다. 여러가지 제약들 때문에 내가 그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노력은 극히 제한적인 것이 많았다. 솔직히 매우 노력을 한다해도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제약들이었다.

그래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우선 내가 지향해야하는 행동양식이었다. 내가 이 지역에서 만들 수 있는 발전은 무엇인가? 지향점은 어디로 두고 난 어떻게 행동해야하는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러한 고민에 이르자 쉽게 신호등을 무시할 수 없었다. 현재는 무시되고 있는 색깔의 변화지만, 앞으로는 지켜져야 하는 발전의 가치로 신호등을 주목한 것이다.

그러한 생각은 한 후로는 열심히 신호등을 지키지 시작했다. 불편한 점은 한 두가지가 아니였다. 우선 우리와 신호등 색이 비슷한데, 보행자가 빨간 신호등에서 행단보도에 대기하는 모습은 당시 지역에서는 이색적이 모습이었다. 그렇게 내가 신호를 기다리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현지인들이 이상하게 보는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파란 신호등에서 행단보도를 건널 때도 마치 신호를 거기는 사람처럼 차량을 피해서 다녀야만 한다. 짐까지 많은데, 신호등에서 대기하고 거너갈 때도 차량들을 피해 다녀야하는 상활들이 연출될 때는, 이러한 이질적인 행동양식을 꼭 지켜야하는가?라는 질문을 몇 번이고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생활을 하다보면, 종종 큰 보람도 느끼게된다. 우연히 나와 같이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을 만났을 때의 그 정겨움과 반가움! 그리고 보행자 신호가 파란불이라고 행단보도에서 기다려주는 차량을 만났을 때는 왠지 모르는 벅찬 감동까지 느끼기도 했었다. 그러한 작은 노력이 현지에서 어떠한 영향력을 미쳤을지 짐작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러한 현장에서의 노력이 날 변화시켜왔다는 것이다. 그러한 현실과의 부딪힘 속에서 난 점차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그러한 노력이 한국해외봉사단원의 가치가 아닐까?생각한다.

 다음에는 송두율 교수가 얘기했던 경계인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해외봉사단원의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