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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와 만남

KOICA 해외봉사단 '송준권' 단원의 아이티에서 온 편지

송준권 님은 영문과를 졸업하고, KOICA 해외봉사단, 유엔봉사단(UNV)으로 몽골에서 활동을 했었습니다. 원래는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다시 KOICA 해외봉사단 소속으로 재난방지청(COE)에서 PPD(Prevencion y Preparacion a Desastres)프로젝트에 컴퓨터분야로 활동을 하다가 이번에 아이티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현재는 아이티에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블로그를 개설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http://haiti.tistory.com/로 오시면, 생생한 현지의 소식을 보실 수 있습니다.  메일 주소는 smilingstone@gmail.com입니다.


현지 소식에도 있지만, 여전히 한국팀들은 각자 활동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려고 합니다. 서로 네트워크해서 지속적인 활동이나 보다 현지인들의 필요에 맞는 지원을 하려기보다, 자신들의 홍보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자신들의 영역을 고집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매우 안타까운 한국 원조의 후진성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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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Thu, 4 Feb 2010 02:29:05 -0400
Subject: Voice of Haiti : Santiago 3호
Voice of Haiti 3호

오전에 신참사관님과 함께 대한적십자가 의료활동을 하는 Hopital Universitaire de la Paix를 다녀왔습니다. 벌써 지진이 발생한지 3주가 지나서 응급환자는 없어 여러 NGO에서 의료진을 파견하기 보다는 재건쪽으로 옮겨가는 것이 맞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실제로 며칠전 기아대책본부가 활동을 하던 HCS 병원에는 환자가 거의 없었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그 병원에는 대기소에 빈의자가 없을 정도로 환자가 가득했었습니다. 대부분의 환자는 지진후 응급처치를 받았던 환자들로 2차 감염이 발생한 환자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무너진 건물에 깔려 다리를 절단해야만 했던 환자를 적절한 수술조치없이 응급처치만 해서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었고, 응급처치 후 적절한 때에 치료를 더 받지 않아 상처가 덧난 경우도 보였습니다.



제가 오늘 본 두 환자는 각각 감염된 상처를 깨끗이 하고 다시 붕대로 처치해주는 치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한명은 남편과 함께 온 아주머니였고 다른 환자는 7~8살 정도 되어보이는 꼬마였습니다. 모두 지진으로 인해 정강이 부분과 무릎이하를 절단한 환자였습니다. 절단된 상처를 동여맨 붕대를 떼어내고 식염수로 보이는 액체로 세척을 하고 처치를 한 후 다시 붕대로 감싸는 처치를 받고 있더군요.

인간이 낼 수 있는 가장 고통스러운 비명, 가장 높은 소리의 비명. 처치를 받는 내내... 같이 온 가족들이 처치를 위해 끌어안고 움직이지 못하도록 환자를 잡기도 하고, 너무나 고통스러워 거꾸로 가족을 끌어안기도 합니다. 환자가 아파하더라도 그 고통을 최대한 빨리 끝내려 의사와 간호사들은 언뜻보면 무표정한 표정이지만 자세히 보면 그들의 얼굴도 환자의 비명에 따라 고통으로 일그러집니다. 그래도 그 고통을 더 빨리 끝내기 위해 손길을 오래 멈추지는 않습니다. 

처치실을 가려주는 칸막이 너머 대기실에는 그와 같은 고통을 기다리는 또 다른 환자들이 그 모든 소리를 여과없이 듣습니다. 단 두명이 내는 비명이 온 병원을 집어삼키도록 큰데... 20만에 가까운 사망자를 낸 지진의 그 순간에는 과연 어떤 비명이 이 도시를 흔들었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움찔합니다. 한 교민은 지진이 난 순간 도시 저편에서 새 소리가 나는듯 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후 여진이 또 오자 그 소리가 일순간 다시 높아져 그제서야 그 새소리 같은 것이 사람들의 비명소리란걸 알았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곳에서 시체를 제 눈을 직접 보았습니다.그런데도 그땐 정말 나에겐 비현실적이었습니다.
길거리에 방치된 시체를 보면서도 공감할 수 없었던 이 재난을 이곳에 온지 23일만에 상상할 수 있게되었습니다.

온 국민들 모두 평생을 안고 살아갈 공포와 고통의 트라우마는 지금 살아있는 모든 세대가 바뀔 때까지 지속되겠지요.팔다리를 잃은 저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 아빠가 되어 술한잔 걸치면 또 이때의 이야기들을 그네들의 아이들에게 되뇌이겠지요.했던 이야기 또하고, 들었던 이야기 또 듣고.. 그런게 다 지나야 없어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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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또는 함께

민감하고 여러운 이야기인줄 압니다만 제 속에 큰 물음이 있어 써봅니다.

대한민국 긴급구호 1팀, 2팀. 119소방대 긴급구호팀, 기아대책본부, HAPPY NOW, Good People, The Frontiers, 대한적십자.현재 이 캠프에 머물러 있거나, 이미 귀국했거나, 잠깐 다녀간 긴급구호팀들입니다.이 모든 단체는 모두 거의 독자적으로 활동했던것 같습니다.

HCH 병원에 약품기증식이 있어 갔을 때의 일입니다.그 병원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의료단체 혹은 개인들이 함께 의료봉사를 하고 있었습니다.그런데 유독 한국과 일본만 독자적인 부스를 차려놓고 봉사를 하고있었습니다.
더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병원을 전부 돌아보아도 제 눈엔 두 팀만 독자적으로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서로 언어적 어려움이 없고 손발이 잘 맞을테니 진료도 더 잘 되었으리란 생각을 합니다.

바로 그 옆에는 다른 한 무리가 환자를 치료하고 있었는데요,동서양의 의료인들이 함께 한 꼬마아이를 치료하고 있었습니다.그들 또한 손발이 잘 맞아 보였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저는 그 모습이 더 좋아보였습니다.

우리 정부에서 파견한 대한민국 긴급구호팀도 그랬습니다.
모두 독자적인 부스를 만들거나 야외에 단독으로 의료캠프를 차리길 원했습니다.
대한적십사도 국제적십자와 합류하지 않고 이곳에 캠프를 차리고 병원에서도 따로 진료를 봅니다.
우리나라 단체만 그런건 아니란걸 잘 압니다.국경없는 의사회가 대표적일테지요.여긴 분명한 이유가 있을테지요.

언론을 통한 홍보에 효과적일 것이고, 섞여있지 않아 단체가 독립적으로 잘 보일터이고. 그래서 결국엔 성금모금도 더 잘 되겠지요.

그런데 아쉬움이 남습니다.

오후엔 UN 기구들이 있는 캠프촌과 국제적십자 캠프장을 다녀오면서 그 아쉬움이 더해졌달까요.
물론 그네들은 역사도 오래되고 조직력도 강한 단체들이니까요.
하지만 그들과 함께 일할 기회가 열려있고 오기도 바라고 있을텐데(확실치 않습니다만)
우리끼리만 모여서 이야기하고 토론하고 비판하는데는 뭔가 아쉬운 구석이 많아보입니다.



물론 제가 UNV를 하면서도, 여기 오기전까지 EU & UNDP 프로젝트 사무실에서 근무하면서 그네들도 문제점이 많다는 것을 봤지만 우리가 배울점이 많은 것은 이견이 없을줄로 압니다.그냥 사무실을 한번 들어가봐도, 분위기만 슬쩍 느껴봐도, 그들이 만들어내는 문서나 지도를 봐도, 동기부여가 확실하게 되는걸 느낍니다.
그리고, 곧, 나도 저 안에 끼어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곤 합니다. 늘 초대되어가고, 늘 끼어들기를 바라고, 그렇게 되기를 열망하는데 머무를게 아니라, 기회가 되면 그 안에 들어가서 초대하고, 자리를 만들어주고, 주변을 독려하는 우리가 되면 좋겠단 생각을 해봤습니다.



어떤 것이 더 좋은지, 어떤 것이 지금 현재로서 더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모두 우리끼리만 모여서 할것이 아니라 그렇지 않은 단체, 개인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제가 아직 철이 없고,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잘 모르고, 허무맹랑하게 헛꿈만 꾸나 싶습니다만...
현실만 강조하면서 다른 것을 생각해보지 조차 못할 필요는 없지않나 싶습니다.

오늘도 또 주재 넘었습니다. 허허허


제 생각에 덧 붙여 의견을 주시기 바랍니다.
같이 함께 나눌 의견이라면 저에게만 답장하시지 마시고, 전체답장을 해주셔도 좋을듯 합니다.

171명의 메일수신자 안에는 기자도 있고, 외교관, 기자, NGO 간사, 국제기구에서 일하시는 분, KOICA 해외봉사단, 직장인, 학생도 있습니다. 아! 인형공장 사장도 있습니다.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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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점점 되찾아 가는 아이티

캠프의 인원이 다소 줄기도 했고, 철저한 준비를 해온 단체들이 입주해있는 터라, 요즘 외부활동을 간혹 나가게 됩니다.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거리 풍경을 보니 지난 3주사이에 정말 많이 달라진 모습을 발견합니다.

대한민국 긴급구호대가 의료활동을 했던 잔디축구장에선 정식 유니폼을 갖추어 입은 어린아이의 축구경기도 열리고,
집앞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서로 머리를 땋아주는 자매들도 보이고,
이것 저것 튀겨파는 노점상, 썬글라스를 기다란 장대에 대롱대롱 매달고 걸어다니는 장사꾼도 보입니다.
커다란 빨래통을 내놓고 난리통에 신경도 못쓰고 살았던 빨래도 합니다.
오늘 뉴스에선 일부 지역에 전기가 들어갔다는 소식도 나왔습니다.


무너지지 않은 건물들은 차츰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가게들도 활기를 찾아갑니다.
산 사람은 살아가게 마련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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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장 풍경
119구조대의 훤한 조명이 없어 많이 어두운 몇시간 전의 캠프 야간 풍경.


제 카메라 유일하게 제가 찍힌 사진. 배가 쏙 들어가고 새까맣게 타버렸습니다.
마지막 방송사 기자팀과 신참사관님(제일 오른쪽)과 함. 119구조대원님이 선물로 주신 티셔츠를 입고.


Port-au-Prince에서 23일이 지났어도 아직도 쌩쌩한 Santiago 송준권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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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n Kwon SONG

Informático
Programa de Prevención y Preparación ante Desastres Naturales
El Centro de Operaciones de Emergenci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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